[북리뷰] 무의식에서 나를 찾다 / 최준식
영화 <겟아웃>에서 위와 같은 장면이 나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크리스가 금연 증상으로 힘들어하자 정신과 의사인 여주인공의 어머니가 그에게 최면 치료를 해주겠다고 제안하는 장면이죠. 크리스는 이를 거절하지만 옆에서 여주인공의 아버지도 자신도 한 때는 엄청난 애연가였지만, 이제는 담배만 쳐다봐도 구역질이 난다며 최면 치료를 받아볼 것을 권합니다.
결국 크리스는 여주인공의 어머니에게 최면 시술을 받게 되고, 여기서 크리스가 어린 시절 겪었던 트라우마와도 같았던 아픈 기억이 나옵니다. 여주인공의 어머니는 크리스에게 최면을 유도할 때 티스푼으로 찻잔 소리를 내고, 이후 크리스는 찻잔 소리가 날 때마다 최면으로 빠져들게 되죠. '최면'이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영화 때문이었을까요, 궁금증 반 호기심 반으로 최준식 교수의 '무의식에서 나를 찾다'라는 책을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왜 행복하지 않은지에 대한 이유를 밝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심리학이나 인접학문분야의 실험과 이론 등을 인용하여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권위에 휩쓸리기 쉬우며, 비주체적인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저자는 '우리는 모두 최면에 걸려있다'라고 말하는데요, 그 이유는 평소에 우리가 하는 생각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생각에 의해 형성된 의식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독자적인 생각을 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즉,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생각이나 일은 제가 진정으로 원해서라기보다 주위에서 그런 생각이나 일을 하라고 부추겼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여기서 우리는 의식을 조금이라도 잠재우고 주위의 간섭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무의식을 깨워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진정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데, 저자는 그 방법으로 최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후 책의 후반부에서는 무의식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최면에 대한 오해와 진실, 최면의 역사와 최면 현장에 대한 내용을 다룹니다.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제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무의식의 세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바다에 비유해 설명하고 있는데, 출렁거리는 바다의 표면이 바로 우리의 의식 세계를 나타내며 우리의 의식 혹은 생각은 언제나 남에게 휘둘리고 있고 잡념이 많아 출렁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의식은 보통 때에도 이렇게 출렁이고 있어 그 속이 잘 보이지 않지만, 흥분이라도 하면 격랑에 휩싸여 우리의 깊은 마음속은 아예 보이지 않게 되고 마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게 됩니다. 그것을 알려면 의식이 평온해져야 하고 그래야만 그 밑에 있는 무의식을 볼 수 있는 것이죠.
저자에 따르면 최면은 인류가 자신의 무의식 세계와 만나기 위해 아주 오래전부터 써온 방법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최면의 과정을 적어보자면, 최면은 유도 - 탐구(혹은 암시) - 각성의 단계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단계인 최면 유도는 내담자를 서서히 무의식으로 인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면 유도가 끝나면 최면사는 내담자와 소통을 하면서 간접적인 암시나 직접적인 암시를 주고, 이 과정에서 내담자의 무의식 등에 잠재되어 있는 문제를 같이 탐구합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최면에서 깨어나 각성하게 되는 것이죠.
무의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여태껏 최면에 대해 제가 가지고 있었던 오해를 풀 수 있었던 것도 좋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결과적으로 저 혼자서는 저의 무의식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오랜시간의 훈련 끝에 명상을 통해 무의식을 만날 수도 있지만, 저자도 인정하듯 이는 우리 같은 일반인이 하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하여 저자는 다른 방법으로 최면을 제안하고 있는데, 최면술을 받는 것도 사실상 제게는 어려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최준식 교수의 '무의식에서 나를 찾다'는 영화 <겟아웃>과 맞물려 무의식과 최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해 준 의미 있는 책이었네요.
가끔은 너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재테크 책만 읽지 말고, 제가 한 번도 관심을 가져 본 적 없는 이러한 새로운 분야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상으로 최준식 교수의 <무의식에서 나를 찾다> 북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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