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8월, 온갖 변수들이 쉬지 않고 발생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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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말 월기를 쓰면서 이번 달에도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 생각하게 되는데 8월은 정말이지 역대급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매달... 이렇게 역대급을 갱신하게 되는 걸까? 인생에 이렇게도 많은 일이, 생각지도 못한 변수들이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구나 새삼 깨달았다.
8월 첫 주에는 여름휴가를 🏖
8월 첫 주에는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해외에 간 것도 아니고, 어디 2박 3일 오래 놀러 갔다 온 것도 아니지만 소소하게 이곳저곳 뽈뽈거리며 잘 돌아다니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었다. 집돌이와 집순이에게 최고의 휴가란 집에서... Home, Sweet Home 🏠
휴가 기간에 시댁 식구분들과 함께 태백에 다녀왔다.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지만 사실상 태백은 처음 가 본 1인...) 태백으로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간식도 먹고, 차 안에서 음악 들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맑은 날씨의 파란 하늘 구경도 하면서 휴가의 기분을 만끽했다.
정선에 있는 강원랜드 구경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이라는 추전역도 둘러보고, 태백 시내 쪽으로 들어가 황지 연못 구경도 하고. 한강의 발원지라고 하는 검룡소에도 다녀왔다. 날이 엄청 더워서 땀을 뻘뻘 흘렸는데 검룡소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고 심지어 한기가 느껴지는 곳도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태백에서 처음 먹어 본 물닭갈비 🐓
Born to be 닭갈비 러버로써 물닭갈비가 어떤 맛일지 정말 궁금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약간 자작자작하게 먹은 닭볶음탕 느낌도 나고, 닭고기가 들어간 부대찌개 느낌도 나고, 미나리랑 깻잎이 팍팍 들어가 있어서 감칠맛을 더해줬던 것 같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었는데 더운 날보다 추운 날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다!
엄마, 아빠가 정성 들여 키우신 복숭아 구경하러 홍천으로! 아빠가 은퇴하시고 나서 복숭아를 심으신다고 하길래 복숭아가 잘 자랄 수 있을까? 언제 먹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만 하다가 실제로 분홍빛으로 잘 익은 복숭아를 보니 신기하고 정작 나는 한 것도 없는데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정직하게 땀 흘린 만큼 보답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올여름은 부모님이 주신 복숭아 덕분에 정말 실컷 먹었다. 내년에는 마케팅(?)을 해서 잘 팔아봐야겠다...는 욕심...이 드네?! 🤔
역시나 닭갈비 사랑은 계속된다. 태백 물닭갈비에 이어 홍천에서는 철판 닭갈비를(ㅋㅋㅋ)
워낙 닭갈비를 좋아하니 이 날 4명이서 거의 7~8인분을 먹었던 것 같다. 나중에는 정말 숨 쉬기 어려울 정도로 배불러서 온몸이 닭갈비로 꽉꽉 채워진 것만 같은 느낌이...🤩 닭갈비는 최고야... 늘 짜릿해... 맨날 먹어도 안 질릴 것 같다!
강남이 침수되었다 😱
여름휴가 잘 보내고 회사로 복귀했는데, 바로 그다음 주 월요일 강남에 미친듯한 폭우가 내렸다.
비가 많이 오는구나 싶었는데 9시가 넘어서 슬슬 퇴근해볼까 싶어 밖을 내다보니 아뿔싸, 도로가 잠겨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정말 실화인가 못 믿을 정도로 너무 충격적이었고 실제로 이런 상황을 보니 오금이 저리고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너무 무서웠다. 설상가상으로 사무실까지 정전이 되고 나중에는 아예 지하층은 모두 잠겨버렸다.
비가 좀 그치겠지, 그치면 집에 갈 수 있겠지 하면서 기다렸는데 사무실이 정전되고 나서는 도저히 건물 안에 있을 수가 없어서 무릎까지 차오른 빗물을 헤치고 나와 회사 동료분 집에서 신세를 졌다. 버스도 침수되고, 도로는 마비되고 결국 집에 돌아가지 못한...😭
여전히 강남 침수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출근길에 걸어가다 보면 아직 다시 문을 열지 못한 식당이나 카페도 있고, 사무실 건물도 엘리베이터 복구가 안되어 매일 5층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정말 29년 인생 살면서 이런 물난리는 처음 보네. 뉴스를 보면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어디는 폭염, 어디는 폭우로 피해가 상당한데 점점 기후 위기가 다가오는 건가 무섭기도 하고 두렵다.
떠나가고, 들어오고 🚪
8월에는 회사에 신규 입사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았다. 특히, 팀에 리드 분이 입사하셔서 훨씬 더 질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기획적인 고민이나 업무적인 고민이 생겼을 때 조언을 구할 수 있게 되어 좋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조금 부담도 되고 아직 어려운 느낌이 있다. 올 하반기부터 짧게는 내년 상반기까지, 혹은 내년 하반기까지 거대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서로의 스타일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는 별개로 갑작스럽게 맞은 이별도 있었다. 아침에만 해도 반갑게 웃는 얼굴로 인사했는데 결국에는 작별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로 동료가 사라져 버렸네. 3개월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그동안 함께 일할 수 있어서, 그리고 긍정적은 자극을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한 분이었다. 료 센세가 말하듯,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나 모멘트고 때론 너무나 심오하여 도통 갈피를 잡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다.
부정적인 마음이 컸지만, 그래도 💪🏻
업무량이 감당할 수 있는 케파를 넘어서면서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온갖 짜증과 부정적인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퇴근길 버스에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도 했고, 내 부족한 모습을 직면할 때마다 부끄러움이 밀려와 몸서리치기도 했다. 너무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스스로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끌려다녔던 것 같다. 하지만, 불만만 표출하고 문제를 제기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없다.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니까.
무조건 부정적으로 불만만 표출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그 과정에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요청해서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한 번 부딪혀보자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자.
8월 말이 되니 점점 해가 짧아지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분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고 있는 요즘의 계절감. 이제 2022년 한 해도 4개월이 채 남지 않았구나. 8월은 또 이렇게 흘려보내고, 9월도 열심히 고군분투하며 매일 1cm씩 성장하는 나날을 보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