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스페셜 615회 '길고양이 K'편 리뷰
안녕하세요, 기획자 호이입니다.
저번 주 일요일 밤에 SBS스페셜에서 길고양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담은 '길고양이 K' 편을 시청했는데요. 보면서 마음이 찡하기도 하고, 길고양이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리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SBS 스페셜 '길고양이 K편'에서는 길 위에 태어나 이름 없이 살다 사라져 가는 수많은 길고양이들의 파란만장한 묘생을 조명했습니다. 방송에는 세운상가 골목의 고양이들, 서울 창경궁의 고양이들, 재개발 중인 서울 봉천동 부근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남 고흥 애도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나오는데요.
현재 전국에만 100만 마리, 그리고 서울에만 11만 6천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길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위의 캡처 이미지는 세운상가 판자 지붕 위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의 모습입니다.
고양이들에게 2일 이상의 공복상태는 간, 신장에 매우 치명적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길고양이들은 필사적으로 먹이를 찾으러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죠.
하지만 도심에서는 먹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먹이 다툼과 영역 경쟁이 굉장히 심하다고 합니다. 고양이들이 원래 영역 동물이기도 하지만, 먹이가 부족한 만큼 경쟁이 더욱더 심해지는 것이라고 하네요.
길고양이들에게 있어 길 위의 삶은 헤어나올 수 없는 생존 경쟁의 미로입니다. 인간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싸우지만, 길고양이들은 영역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집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15년인 것에 비해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3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길 위에서 살다 보니 각종 질병에 더욱더 취약하다고 합니다. 길고양이들은 평균 3~4마리의 새끼를 낳지만 성묘로 성장할 가능성은 20% 밖에 되지 않습니다.
길고양이들은 인간을 피해 주로 밤에 활동하지만 인간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습니다. 사냥 능력을 잃은지는 오래되었고, 도시에서의 삶은 사람의 손길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림자 같은 삶일지라도 길고양이들이 인간의 곁에 머무는 이유입니다.
재개발 지역은 사람들이 다 떠나 먹을 것이 없고, 공사 잔해물이 많이 굉장히 위험한 장소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재개발 지역에 가보면 길고양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고양이들이 영역 동물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성인데요, 재개발로 인해 사람들은 떠나도 고양이들은 이곳을 떠나지 못합니다.
전남 고흥의 애도라는 섬은 40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는 섬입니다. 옛날부터 마을 제사 때 동물소리가 나면 불길하다 해서 어떤 동물도 허락되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허락된 동물이 고양이라고 하네요.
애도의 골목대장 고양이, '가인'입니다. 이 섬에서는 고양이들이 근친교배를 하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꼬리가 짧은 고양이가 태어나는데, 가인이만 유독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아마 외부에서 들어와 유기된 고양이가 아닐까 싶네요. ㅠㅠ) 가인이는 할머니 곁을 묵묵히 지키는 애교 많은 고양이입니다.
예전부터 고양이는 '영물'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했고, 매서운 눈빛과 밤에 활동하는 습성 때문에 고양이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자연에서의 삶은 결국 상생과 공존이 핵심이고, 이러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길고양이들도 돌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방송을 보면서 가장 슬펐던 부분 중 하나가 창경궁에서 2마리의 새끼고양이를 돌보는 어미 고양이의 에피소드였는데요. 새끼 고양이 2마리 중에서 한 녀석은 꽤나 건강하고 장난도 잘 치는 편이었는데, 한 녀석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약한 녀석이었습니다.
결국 몸이 건강하지 못했던 새끼 고양이는 고양이별로 돌아가게 되고, 새끼 고양이가 죽은 자리를 어미는 하염없이 바라보고 그 주변을 계속해서 맴돕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어찌나 마음이 찡하던지요. 길 위에서 스러져간 새끼 고양이를 보며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미는 살아가야 합니다. 살아남은 나머지 한 마리의 새끼에게 길 위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죠.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이름 없는 길고양이들은 또 하루를 그렇게 살아갑니다.
'길고양이 K' 방송은 권복례 시인 '생명'의 몇 구절을 인용하면서 마무리됩니다.
그래, 산다는 것이 뼈 마디마디 절이는
아픔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생명의 신비로움으로
상처를 싸매며 사는 게지
개인적으로 참 의미가 크게 다가온 방송이었습니다. 종종 SNS 매체에서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끔찍하게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 학대 소식을 접하곤 하는데요, 결국 우리 모두가 자연 앞에서는 한낱 미물에 불과합니다. 사람이고, 동물이고 괴롭힐 것이 아니라 서로 돌보고 보듬어 가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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