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실버세대의 콘텐츠에 열광하는가
83세 장 완지(Chang Wan-ji) 할아버지와 84세 수 쇼어(Hsu Sho-er) 할머니는 대만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노부부입니다. 이들 노부부에게는 세탁소에 맡겨 놓고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는 옷들이 점점 많아져 골칫거리였다고 합니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탁소 운영에 직격탄을 맞게 되었고 손님이 끊긴 까닭에 무료한 시간을 보내게 되죠. 조부모님의 세탁소 운영을 돕던 손자 리프 창(Reef Chang) 씨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런 모습을 보고는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립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얼마나 지루해하시는 지를 보았고, 그분들의 삶을 밝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손자는 세탁소에 맡겨 놓고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는 옷을 활용하여 할아버지, 할머니를 스타일링하였고 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였습니다. 올해 6월 말에 개설한 이 계정(@wantshowasyoung)은 현재 업로드한 콘텐츠가 29개인데도 불구하고 팔로워가 벌써 6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2020.08.11 오늘 날짜 기준) 심지어 더 많은 팔로워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있죠. 정말 폭발적인 인기입니다.
장 완지 할아버지와 수 쇼어 할머니의 감각적인 스타일링, 그리고 프로 모델 못지 않은 과감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포즈를 보고 있으면 왜 이 인스타그램 계정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지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애정을 담아 엣지있게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잘 담아내는 손자의 역할도 큰 것 같네요. 손자 리프 창 씨 역시 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면서 조부모님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어서 행복감을 느끼고,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받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합니다.
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고 생각나는 사례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73세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인데요. 장 완지 할아버지와 수 쇼어 할머니가 손자 리프 창 씨의 아이디어로 인스타그램에서 데뷔한 것처럼 박막례 할머니 역시 손녀 김유라 씨의 아이디어로 유튜브에 데뷔를 하게 되었다고 하죠. 이처럼 밀레니얼 세대가 실버 세대의 매력을 발견해내고, 이를 SNS상으로 끌고 오면서 포텐이 터지는 케이스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SNS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실버 세대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 같네요. 시니어 모델로 인생 2막을 시작한 김칠두 할아버지, 최순화 할머니, 그리고 시니어 패션 유튜버 밀라논나 할머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곰곰이 살펴보고 들여다보면, 실버 세대의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주는 공통의 울림이 있는 듯합니다. 그들이 살아온 세월 속에서 쌓아 온 연륜과 독특한 스토리, 그리고 새로운 도전. 사람들은 실버 세대의 연륜에서 배움을 얻고, 실버 세대의 과감하고 새로운 도전에 누구보다 관심을 갖고 뜨겁게 응원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바야흐로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와 같은 SNS는 이러한 상상력의 범위를 더욱더 광범위하게 증폭시켜주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유래 없는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러한 현상이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참고한 기사
https://www.nytimes.com/2020/07/24/world/asia/taiwan-octogenarian-couple-instagram-laundry.html
* 장 완지 할아버지 & 수 쇼어 할머니 인스타그램 계정
https://www.instagram.com/wantshowas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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